한화에어로스페이스(Hanwha Aerospace)가 국산 완성 무기체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방산시장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미 육군(U.S. Army)과 K9 차륜형 자주포(K9 Mobile Howitzer, K9MH) 시제품 6문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세계 최대 방산 시장 공략의 첫발을 뗐다. 이번 계약은 1억 30만 달러(약 1417억 원) 규모이며, 추가로 12문을 발주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총 계약 금액은 2억 6290만 달러(약 3715억 원)에 달할 수 있다.

미 육군은 그간 궤도형 자주포 개발에 난항을 겪었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포병 부대의 높은 기동성과 생존성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미 육군은 사격 후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차륜형 자주포로 차세대 전력 확보 방향을 전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 육군의 이러한 수요 변화를 2024년 3월 예산안에서 미리 포착하고, 미국 맞춤형 K9MH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한화는 오랜 기간 방산을 국가 안보의 핵심 사업으로 보고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해외 시장 진출을 강조해왔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세계 각지의 분쟁 장기화와 미국 내 무기 수요 증가를 고려해 미국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했다. 이번 계약에서 한화는 독일의 라인메탈(Rheinmetall AG)과 영국의 BAE 시스템즈(BAE Systems) 등 글로벌 방산 기업들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현지 생산 가능성에 대비해 앨라배마(Alabama)주 오펠리카(Opelika)에 유휴 공장을 임차하고 현지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시제품 공급 계약은 향후 대규모 양산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 육군의 노후 M777 견인포 교체 사업은 약 500대 규모에 달하며, 최종 양산 계약 시 사업비는 약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발표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9.5%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최종 양산 계약은 시제품 테스트와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성공적인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번 계약은 K-방산의 세계화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