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최근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확대한다고 발표하자, 금융 시장에서는 미국 달러의 가치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재무부는 오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1020년물과 2030년물 국채 매입 규모를 기존 회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린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시장 불안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러한 재무부의 결정은 시장의 유동성(자산을 현금으로 바꾸기 쉬운 정도)을 높이고, 거래가 뜸한 구형 국채의 가격 왜곡을 줄여 전반적인 채권 시장의 기능을 개선하려는 목적을 가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무부의 의도와 달리 이번 조치가 늘어나는 정부 부채와 재정 적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국채 매입이 결국 시장에 유통되는 달러의 양을 늘려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달러 가치 하락론’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재무부의 국채 매입은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와 달리 총 부채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채권의 만기 구조를 재조정하는 것이지만, 시장은 이를 달러 공급 증가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재무부 발표 직후 금융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발표 전 5.34%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매입 확대 발표에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러한 하락은 오래가지 못했다. 동시에 달러화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약 1% 하락하며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반대로 금값은 3% 이상 급등하며 대체 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부각됐다. 비트코인(Bitcoin) 등 암호화폐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달러의 장기적인 구매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여 ’달러 가치 하락 베팅(debasement trade)’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국채 매입이 채권 시장의 단기적인 불안을 잠재울 수는 있으나, 인플레이션과 불어나는 재정 적자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달러화는 초기 약세에서 벗어나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채권 금리도 다시 상승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향후 시장은 재무부의 추가 조치와 더불어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정책, 그리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 등을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가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된다면 금, 원자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분산) 자산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