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1,410원대를 기록하며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에서 안정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1,500원 중반대까지 치솟았던 고환율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국내 달러 수급 개선이 하락 주도

이번 하락은 국내 달러 수급 개선이 직접적인 동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과 관련해 대규모 달러 물량이 국내로 유입된 것이 우선 꼽힌다. 여기에 장 초반부터 수출 기업들이 환율 고점 인식 속에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네고 물량을 적극적으로 출회하면서 하락에 힘을 보탰다.

역풍도 만만치 않다 — 글로벌 달러 강세, 엔화 약세 전환

다만 국내 요인이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사이,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글로벌 변수들도 만만치 않게 쌓이고 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며 9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달러 인덱스가 자극을 받았다. 지난달 말 미·일 외환당국의 공동 개입으로 155엔대까지 내렸던 엔/달러 환율도 개입 효과가 옅어지며 다시 158엔 선을 돌파했다. 여기에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 등으로 중동 긴장이 재고조되면서 국제 유가가 반등, 원화 약세(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즉 지금의 환율 하락은 국내 수급이라는 ’순풍’이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역풍’을 일단 이기고 있는 모습에 가깝다.

연말 1,300원대 진입 가능성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수입업체의 저가 결제 수요(1,410~1,420원대)가 유입되며 하락 속도가 잠시 주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연말께는 1,300원대 진입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125원 넘게 급락한 여파로,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도 바뀌고 있다. ’저가 매수’보다 ’반등 시 매도’로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로, 그간의 고환율 기대감이 눈에 띄게 꺾이는 양상이다.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 수입 물가 부담 완화, 해외 투자·여행 비용 감소 등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분석

다만 이 같은 하락 전망과 결이 다른 시각도 있다. 기술적 분석에서는 오히려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USD/KRW 환율은 2023년 1분기·3분기·4분기 등 과거 하락 국면에서도 120일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번번이 지지력을 확인하며 재상승한 전례가 있다.

이번 달러 약세 흐름 역시 해당 이동평균선에 근접하고 있어, 기술적으로는 추세 전환이 임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펀더멘털(수급·통화정책) 측면의 하락 전망과 기술적 지표가 가리키는 방향이 엇갈리는 만큼, 당분간 환율은 방향성을 두고 힘겨루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