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미국과 일본 통화당국이 공조개입에 나섰다. 최근 30년간 미국이 참여한 엔화 관련 공조개입은 1998년, 2011년,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다만 2011년 개입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엔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방향이 정반대다.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미·일 당국이 손을 잡은 건 1998년 이후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엔/달러 환율은 이번 개입 이후 158엔대로 내려서며(엔화 강세)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는 “개입 규모보다 중요한 건 미국의 정책 의지”라며,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추가 공조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시장이 당분간 정책발 엔화 강세 리스크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여기에 그동안 쌓여 있던 엔화 숏(매도) 포지션이 청산되는 흐름까지 겹치며, 단기적으로 엔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화도 같이 움직인다 — 엔·원 동조화

엔화 흐름은 원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최근 5년치 데이터를 로그 회귀분석한 결과, 달러/엔이 1% 하락(엔화 강세)할 때 달러/원은 평균 0.6% 하락(원화 강세)하는 관계가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이 흐름이 감지됐다. 중동 리스크 완화와 미일 공조개입에 따른 엔화 강세로 달러/원은 오후장 한때 1,430원 부근까지 완만히 조정됐다. 다만 외국인의 차익실현성 주식 매도에 따른 결제수요(커스터디 매수)와 수입업체의 저가 매수가 하단을 지지하며, 서울장은 전일보다 5.8원 오른 1,429.8원에 마감했다. 이후 야간장에서는 달러화지수 반등에도 불구하고 엔화 강세 동조 흐름이 이어지며 전일 종가 대비 6.0원 내린 1,429.5원을 기록했다.

근본적인 약세 요인은 그대로 남아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강세를 ’추세 전환’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미·일 간 금리차라는 엔화 약세의 근본 요인 자체는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조개입과 숏 포지션 청산이 맞물린 단기적 반등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관건은 베센트 장관이 시사한 추가 개입 가능성이 실제로 실행되느냐다. 추가 공조개입이 현실화될 경우 달러/원 환율의 하단도 한 단계 낮아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문가 전망

차트로 보면 이번 개입의 위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엔/달러는 지난달 23일 163.988까지 오르며(엔화 약세 정점) 고점을 찍은 뒤, 이달 3일 155.222까지 순식간에 8포인트 넘게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250일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지지를 확인했고, 이후 기술적으로 반등하며 157엔대 후반까지 되돌아온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을 추세적인 엔화 강세 전환이라기보다, 공조개입이라는 정책 변수가 만들어낸 일시적·단기적 달러 매도 공세에 가깝다고 본다. 가격이 250일선 지지를 확인한 뒤 비교적 빠르게 반등에 나선 흐름 자체가, 앞서 짚은 “미·일 금리차라는 근본적 약세 요인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진단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