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재점화에 큰 폭으로 뛰었다. 6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3.8%(3.04달러) 오른 배럴당 82.49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9월물 WTI 선물도 2.8% 상승한 배럴당 77.2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본지가 짚었던 8월 7일 코스피 급락의 배경이 됐던 바로 그 이슈다. 국내 증시가 하루 앞서 이 리스크를 선반영해 크게 흔들렸다면, 국제 원유 시장은 이날 본격적으로 반응한 셈이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가 미국·이스라엘 및 이란이 적대국으로 규정한 국가의 선박에 대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법안에는 위반 시 화물 가치의 최대 20%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마리브주·하드라마우트주의 정부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재개하면서, 홍해의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둘러싼 리스크까지 함께 부각됐다. 미국은 “이란에 통항을 막을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핵심 수송로다. 한국은 원유의 70~80%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어, 이 해협의 통항 여건은 국내 에너지 수급과도 직결된다.

“법안 검토”와 “해협 봉쇄”는 다른 얘기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 알려진 내용은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차원의 법안 검토 단계일 뿐, 실제로 법안이 최종 통과됐는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집행할지, 미국·이스라엘 관련 선박의 실제 운항이 중단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원유 선물시장은 실제 공급 차질이 발생한 뒤에야 반응하는 시장이 아니다. 산유 지역의 긴장이나 수송로 위험이 커지는 것만으로도, 매수자들이 미래 조달 비용 상승을 예상해 가격을 먼저 높게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급등도 실제 원유 공급이 줄었다는 확인보다, 그럴 수 있다는 리스크 평가가 먼저 가격에 반영된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음 관전 포인트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수석부사장은 “원유 시장은 여전히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협상이 지연될수록 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팩츠의 창립자 암리타 센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 감소와 전 세계 원유 재고 고갈이 동시에 맞물릴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금의 유가 상승이 일회성 반응에 그칠지, 100달러대를 향한 흐름의 시작이 될지는 앞으로 며칠간 나올 미·이란 협상 관련 소식에 달려 있다.

전문가 분석

국제유가는 지난 3월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우려로 급등했다가, 이후 매도세가 유입되며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100일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지지를 확인하며 반등한 바 있다. 이후 재상승을 시도했지만 2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저항에 부딪히며 다시 하락 압력을 받았다.

큰 그림에서 보면 국제유가는 지난해 저점(약 55달러)과 고점(약 119달러) 사이에서 뚜렷한 방향성 없이 박스권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발 급등도 이 박스권 안에서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실제 추세 전환 여부는 협상 진행 상황과 함께 이동평균선 돌파 여부를 같이 지켜볼 필요가 있다.